여행인문학이라고 들어본 적 있으세요?


이매진피스라고 평화&여행 운동단체가 있는데요, 거기서 지난해부턴가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매진피스는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단체예요. 예전에 여기서 '가이드북 다시 보기' 같은 행사를 할 때 기사를 썼죠. 지금 이매진피스의 모토가 당시 우리 기사의 제목이었다는 사실에 남모를 뿌듯함을 혼자 갖고 있다는...^^



어쨌거나, 여행인문학3기가 어제, 아 벌써 그제군요, 화요일에 시작했어요. 그래서 일찍 장사 접고, 갔죠. 예전부터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늘 안 맞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꼭...



(비뚤어진 파워포인트를 바로잡는데 여념이 없으신 주최측)


마포 민중의 집 2층이었어요. 풍선도 붙여 놓고, 음악도 틀어 놓고, 에 무엇보다도 저녁 거리도 마련해 놓으셨더라고요. 명동의 포탈라궁인가요? 티벳 음식점에서 사오셨대요. 다 먹어버리고 사진은 이것밖에 없지만, 독특하더라고요. 뭔가 인도 음식과도 다르고, 태국 음식과도 다른.



(이렇게 보니 참 맛 없어 보이는군요. 죄송)


무엇보다도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것은, 다들 처음이어서 어색해들 하셨다는 것. 다들 잘 아는 사이고 저만 혼자 처음이면 정말 어색하잖아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모드로 고백하자면, 저는 모르는 분들 사이에 섞이는 자리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제일 무서운 게 와인잔 챙챙 부딪치며 모르는 사람들과 사교의 장을 여는 자리예요. 뻥 치고 도망친 적도 있었어요...ㅠㅠ
남들도 어색해하길래 어찌나 안도가 되던지.


이매진피스는 그러나, 그대로 두지 않죠. 가기 전에 "제발 좀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가게 해 주면 안되냐"고 주최측에 민원도 했건만, 짤 없었습니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도 하고, 세계지도에 자기가 가고 싶은 나라 그려서 발표도 하고 그랬어요. 이게 제 지도예요.





제 원대한 꿈 중의 하나가 언젠가, 북위 66.5도의 북극권을 따라서 여행하는 거거든요. 노바야젬라 가서 얼음 깨고, 바이칼-아무르 철도 타고 바이칼을 넘고, 알류산 열도를 따라 알래스카로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발표하고 싶었으나, 시간 관계로  '저는 북극권을 여행하고 싶어요' 한마디로...


이 날은 스무분 쯤 오셨는데, 많이들 가고 싶어하시는 지역은 네팔-티벳, 남미였던것 같아요. 이주노동자 단체 활동가, 어린이책 편집자, 공정무역을 배우고 싶은 무역학과 학생들, 그런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어떤 분이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셨는데, 아 인상적이었어요.



이날의 메인 강의는 이매진피스 이혜영 선생님 강의. 자신의 티벳-네팔 여행기를 담담하게, 그러나 울림있게 전해 주셨는데요. 사실, 저는 처음에 여행인문학 강의라고 해서, 세계의 빈곤과, 제3세계 여행의 현실과, 다국적 자본의 침투와 뭐 그런 것들에 대한 강의를 듣겠거니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이 강의는 머리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강의에 가깝더라고요. 누구나 한번쯤, 인생의 모든 걸 포기하는 심정으로 지구의 끝으로 가자, 하면서 떠나고 싶잖아요. 그렇게 떠난 여행이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다른 꿈을 꾸게 하는지를, 왜 솔직한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잖아요. 저는, 참, 좋더라고요.


2008년 초에 이혜영 선생님이 전화를 하신 적이 있었어요.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해서 티베트의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티베트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인사동에 모여서 호소하고 있으니, 좀 널리 알려달라고요. 중국의 티베트 침공은 신문 국제면의 뉴스 중 하나인데, 티베트를 다녀온 사람들에겐 거긴 내 친구 마누와 쁘람이 사는 곳이 되잖아요.


그들의 집이 부서지고, 그들의 벗과 가족이 다치고, 그들이 고통받는 것을, 친구는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죠. 그 때 여행자들이 인사동에서 울지만 않은 채 오체투지를 했더랍니다. 그 때 쓴 기사가, 있네요.


그런 것들이, 여행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기념품도, 싸이월드 사진도, 두고두고 이야기할 값진 경험도 있겠지만, 그것 이상이 아닐까 싶어요. 세상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


오래 여행한 분들 가운데 인생을 바꾸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호기심 많은 세계일주 여행소녀였던 한비야씨는 국제구호단체에서, 그것도 긴급구조팀에서 일하게 되었고, 도보여행하는 김남희씨는 언젠가 사진전을 열고 그 수익금을 모두 아프리카 에이즈 청소년들에게 보냈죠. 제가 아는 어떤 세계일주 여행가 한 분은, 돌아와서 세계의 아동 노동에 대한 어린이책을 쓰셨어요.


여행이 그런 것을, 가르치는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네 네.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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