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피나리움이라는 말이 있다. 아쿠아리움에서 '아쿠아'를 '돌핀'으로 바꾼 건데, 말 그대로 돌고래 수족관이다. 멸치 같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 먹고 살아서인지, 행동 반경이 넓어서인지, '있어' 보여서인지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돌고래들은 대체로 돌고래만 따로 수족관에 넣어서 전시한다. 많이 전시되는 종들은 대체로 큰돌고래, 병코돌고래 어쩌고 하는 돌고래들이고, 덩치가 집채만한 범고래(오르카)도 종종 전시한다. 올해 초 미국 씨월드에서 조련사를 익사시킨 그 고래, 영화 '프리윌리'에 나오는 그 고래, 바로 그 고래가 오르카다. 더불어 내가 앞으로 꼭 한번 야생에서 보리라고 마음 먹은 고래이기도 하다.

지난번 무슨 심포지엄에서 "영국에는 돌피나리움이 없다"라는 말을 듣고 내가 잘못 들은 말이 아닐까 생각해 왔는데, 정녕 없나보다. 오늘 낮에 논문을 하나 읽었는데, 영국에서 어떻게 돌피나리움을 없앴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요는, 동물 복지 Animal Welfare 혹은 동물권 Animal Right 그룹들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꽤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예가 바로 '돌피나리움의 종말'이다, 는 거다. 

세계 최초로 고래를 수족관에 가둔 것은 1860년의 일이었지만, 그 고래들은 바로 죽어버렸기 때문에 돌피나리움의 역사는 1913년 만들어진 뉴욕 아쿠아리움에서 시작된다. 고래/돌고래와 같은 대형 해양 포유류를 수족관에서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최초의 돌피나리움도 마지막 다섯 마리가 21개월만에 몽땅 죽어버렸고, 1938년 미국 플로리다의 '마린 스튜디오'에서 돌고래 순치장을 만들면서 '돌고래 수족관'이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돌고래 수족관이 전성기를 맞게 된것은 1960년대 이후의 일인데, 영화 및 TV 시리즈로 만들어진 '플리퍼 Flipper' 때문이었다. 돌고래를 소재로 한 이 시리즈 덕분에 너도나도 앞다퉈 돌고래를 보고자 했고, 수족관도 덩달아 지어졌다. 영국의 경우 1965년 당시 4곳이었던 돌고래 쇼장이 10년 뒤인 1975년 25곳으로 늘었고, 최대 41곳까지 늘어났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현재, 돌고래 쇼는 서울대공원과 제주퍼시픽랜드 2곳에서 열리고, 돌고래 수족관은 울산고래생태체험관 1곳에 있다. 사진이 바로 울산고래생태체험관의 모습이다.

돌고래 수족관을 성공시키는 관건은 새끼 돌고래를 잡아서, 될 성 부른 놈들을 골라서, 쇼 같은 걸 할 수 있도록 적당히 교육을 시켜서 내다 파는 '순치장'에 달려 있었던 것 같다. 이 돌고래 순치는 미국이 원조요 중심인데, 1938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에서만 1500마리의 돌고래가 순치 목적으로 잡혔단다. 동물 학대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돌고래 순치장 중심지는 일본의 타이지로 옮겨갔다. 타이지에서는 1980년부터 90년까지 약 10년간 500마리를 조련시켜 내다 판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돌고래가 튼실하고, 쇼에 적합한 것은 아니어서 '찌질한 놈'들은 모아서 죽인다. 이 내용이 최근에, 적어도 울산에는, 큰 영향을 끼친 영화 <코브>의 골자다. 어쨌거나, IWC에 따르면 1990년 당시 4500마리의 고래/돌고래가 세계 여기저기 수족관에서 전시되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 어쨌거나 영국. 영국의 돌고래 수족관들은 대체로 바닷가 휴양지의 어트랙션 중 하나로 종종 만들어졌다. 부산 해운대에 아쿠아리움이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 싶다. 80년대 동물 학대니, 동물권이니 이런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더불어 바닷가 휴양지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80년대 중반 현재 영국의 돌피나리움은 딱 4곳으로 줄었다. 바닷가 휴양지인 브라이튼, 모어캠비, 관광지인 윈저성과, 스카브로인데, 이 중 모어캠비가 앞장서 돌피나리움 철폐 캠페인을 펼치게 된다. 

모어캠비는 옛날옛날 광산/산업단지 노동자들의 휴가지로 개발된 곳인데, 대표적인, 쇠락한, 해양 휴양지 되겠다. 가본 적은 없으나 듣기로는, 아마도 월미도 비슷한것 같다. 여기에 마린랜드라고 수족관이 있었고, '록키'라는 이름의 돌고래가 있었다. 그린피스를 비롯해서 Zoo check 같은 동물단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록키'였다. 1989년/1990년 여름 시즌을 겨냥해, '록키를 자유롭게 해 주자'는 취지의 피켓팅을 이 수족관 앞에서 매일같으 펼치기 시작했다. 첫날에만 절반의 관광객이 피켓을 읽고 돌아갔다고 한다. (아마 가 봐야 볼 것 없을 것 같고, 밖에 나가서 다른 거 보지 뭐, 이런 심리도 없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이 캠페인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시즌 막판에는 80-90%의 관광객이 걍 돌아갔단다. 틈틈이 수족관 영업 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자체에게 압력도 행사하고 서명도 전달했단다. 이 과정에서 모어캠비의 조그마한 돌고래는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관건은 이 수족관과 돌고래가, 별 경제적 이익이 없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별 경제적 이익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족관도 영업 의지가 없었는지 결국은 이 돌고래 록키를 캠페인 주최측에 단돈 '1파운드'에 팔았다. 캠페인 주최측은 이번엔 '록키를 야생으로 돌려주자' 운동을 펼쳤고, 이런 거 좋아하는 미디어가 함께 엄청 뽐뿌질을 해 100만 파운드를 모금해 결국 록키를 바다에 풀어줬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모어캠비 캠페인에 자극받은 브라이튼도 같은 캠페인을 펼쳐 고래를 야생에 돌려줬다. 욕먹기 싫었던 윈저성과 스카브로도 돌피나리움의 문을 닫고 돌고래들을 외국에 팔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영국의 돌피나리움은 모두 없어졌다. 

Zoo check는 Born Free라는 이름의 동물 보호 단체로 바뀌어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프리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엔 돌피나리움이 없지만 영국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관광이 '돌고래와 수영을'이란다. 돌고래 수족관이 없으니 그런 소망이 생기는건지, 다양한 형태의 야생 고래 관광이 역시 아무래도 이 세기 사람들에게 가장 먹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돌고래와 수영을'을 포함해, 야생에서의 고래 관광은 돌고래 수족관과 같은 Captivity 관광의 대안으로 생각되고 있다. 

뭐, 무슨 일이나 그렇지만 야생 고래 관광도 완전한 대안은 아니어서, 이 '돌고래와 수영을' 하던 관광객들이, 교양없게도 고래 숨 뿜는 구멍에 아이스크림 막대기 집어넣고, 괴롭히다가 결국 성난 돌고래가 사람들을 후려쳐 한 명이 죽은 사건도, 있었다. 에, 그럼에도 야생에서의 고래 관광은, 여러가지로, 포기할 수 없는 대안으로 생각된다. 그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드넓은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를 보고 나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왜 고래인지. Believe!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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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 2010.10.24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남아공에서 바닷가에 거대한 고래가 있는 걸 봤어.
    고래의 노래(소리? 울음?)도 들었어.
    살짝 충격적이었지...
    멀리서 고래가 도약하는 것도 봤는데.. 넘 멀어서...

    http://ttalgi21.khan.kr/65 여기 있지롱

  2. myungworry 2010.10.26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 연못>이란 영화가 있었는데, 거기 피난민이 지나는 길 위로 뜬금없이 고래가 헤엄치는 CG가 나와요. 감독한테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고래는 영물이다. 그 울음소리가 참 신성하다. 고래는 평화의 상징이다, 대체로 이런 골자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영화에는 잘 녹아들지 않은 것 같아 의아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도 같네요.

    • myungworry 2010.10.27 0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봉했는데 장사가 잘 안됐죠. 지금 노근리 얘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테니까. 이후 디비디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네요.